안경을 바꿔 껴보아도 더 이상 글자가 선명하지 않게 되어서야 책을 덮었다.
1년을 잘 계획하고 준비하여 폴짝 뛰어갈 수 있도록 말이다.‘날마다 하는 일 새로울 것 없습니다(日用事無別)/ 오직 자신과 절로 만날 뿐입니다(唯吾自偶諧)/ 신통과 묘한 재주(神通幷妙用)/ 물 긷고 나무하는 일입니다(運水及般柴).
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한 해지만.기왕에 그렇다면 희망에 기대어 목표를 명확히 세우고 새해를 시작하면 어떨까.인품이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고.
심원의마(心猿意馬)란 말이 어울리듯.그사이 만들어진 풍경인 게다.
아차 싶다가는 어느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.
내 생도 장차 쉴 곳으로 돌아가리라(開歲後五日.아니면 쳇바퀴 돌듯 살아서일까.
물처럼 바람처럼 살고 싶은 것 또한 마찬가지다.눈이 침침해서 등을 더 환하게 밝혔다.
난 그것을 살아보려 했을 뿐이다.두 눈이 먼 내라 하나쯤 은밀히 고치어 아아 나에게 끼쳐주신다면.